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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필사 방법 -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요즘은 새로운 필사 방법을 찾아서 필사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친구들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냈더니 블로그에 쓰라고 하길래, 한 3년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원래 문학을 너무 멀리하고 산다 싶으면 한 번씩 긴급수혈 용도로 좋아하는 책을 찾아 필사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몇주째 꽤나 꾸준히 영어 필사를 하고 있고, 사실 별건 아니지만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공유하고 싶었다.  -- 몇 주 전 어느 날, 나는 잊고 있던 연필을 찾았다. 무려 내가 좋아하는 스테틀러 노란 연필이 새 것으로 4자루나 있었다!! 사각사각 연필로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몇 년간 까맣게 잊고 살았던 나는 끓어오르는 흥분에 당장 연필부터 깎았다. 연필을 다 깎고 나니, 본격적으로 사각사각- 종이에 뭔가를 써야 하는데 뭘 쓸까 고민하던 차에..
230911 뱉어내기 나 따위가 단지 일정 시간 살아있다는 이유로 성인 취급을 받는 게 올바른 세상의 이치가 맞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든다. 성인 자격제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나. -- 자기혐오도 지겹다 이젠 남들도 이렇게 어려울까 궁금해 하는 것도 부질없고 ADHD가 없는 삶이란 어떤 걸까 계획형 인간의 삶이란 어떤 걸까 궁금해 하는 것도 모두 의미없다 --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나는 행복한 상태인것도 맞다. 종종 이렇게 폭발적으로 삶이 어렵다 토해낼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 지고 거의 매일 꾸역꾸역 뭔가를 한다. 끝나고 나면 "내가 해냈어!!!" 라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뛴다. 짜릿한 성취감에 취한다. 그러다가 다음 도전이 오면 또 괴로워 하면서 재밌어 하면..
덕질을 한다면, 운동선수는 어떨까? (이강인다이어트 - 3달 10kg 감량 후기) 아무래도 내 블로그는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블로그가 될 모양이다. 코로나가 퍼지고 난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나는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토트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나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선수들의 경기를 골고루 챙겨보며 생전 처음 축구의 맛을 서서히 알아갔다. 이강인 선수에 관한 글도 블로그에 몇 번 썼었다. (지금은 지움) 그러다가 생애 최초로 자의로 보게 된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터뷰하는 이강인선수가 안경을 쓰고 나온 모습에 나는 아주 크고 깊게 꽂혀버렸다. (젠몬 안경이 그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지..) 평소에 보던 축구선수가 아니라 마치 프로페셔널한 스포츠 기자 같은 모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이강인 선수는 알면 알수록 더 기특하고 대견하고 대단하고..
[30분필사] 노인과 바다 -1- 며칠 전, 문학을 제쳐두고 시각미술에 집중해온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한 글을 썼다. https://jungney.tistory.com/82 뇌는 개발하는 쪽으로 발전한다 - 아트디렉터로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스물 셋 이전의 나는 순도 100% 문과소녀였다. 어느 정도냐 하면, 초중고를 통틀어 학교에서는 매번 글짓기, 독후감, 책벌레 상 등등의 상을 매번 받으며 가장 책을 많이 읽는 학생으로 꼽혔었고, jungney.tistory.com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친구에게 얘기를 하고 나니 친구는 오히려 지금이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 않냐며 반문했다.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아트디렉터로 살아온 시간만큼, 쏟은 노력만큼 글쓰기에 집중했더라면 글 쓰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지..
10. 성인 ADHD 전도사 - ADHD와 창의력. 내 주변에는 창작자들이 많다. 광고 자체가 창의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아예 전업 작가나 창작자들도 많다. 재미있는 일이다. ADHD는 상식적인 것들이 많이 부족한 대신 창의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상식 파괴적인 생각이나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고, 보통 주변인들은 그런 특성을 ‘특이하다', ‘창의력이 높다' 정도로 받아들인다. 또한 ADHD는 집중하고 몰입해야 할 대상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또 어떤 것에는 과하게 몰입하는 특성도 알려져 있다. 내가 성인ADHD를 진단받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할 때면, 첫 반응이 가장 부정적인 사람들이 창작계열 사람들이었다. 보통 그들의 반응은 “누구나 다 그런 거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하자있는 부분들이 있어. 그게 무슨..
뇌는 개발하는 쪽으로 발전한다 - 아트디렉터로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스물 셋 이전의 나는 순도 100% 문과소녀였다. 어느 정도냐 하면, 초중고를 통틀어 학교에서는 매번 글짓기, 독후감, 책벌레 상 등등의 상을 매번 받으며 가장 책을 많이 읽는 학생으로 꼽혔었고, 공부하지 않아도 국어성적은 1등급이었다. 자랑을 차치하고라도 나는 정말 활자중독인가 싶을 정도로 글을 많이 읽었고, 그림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학교에서 교실꾸미기를 할 때마다 차출되는 경우도 한 번 없었고, 그림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생대회에 나갈때 나는 옆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참가했으며, 그 흔한 다이어리 꾸미기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학교다닐 때 쓴 일기장을 읽으면 글씨만 빼곡할 뿐 스티커 하나, 손그림 하나 그린 게 없다. 업무일지 같아 보일 정도. 스물 셋 이전까지 나는 내가 보는 눈이 있다고 생..
자동차 광고는 어렵다 -1- (광고회사 직급체계와 조직도) 내가 자동차 광고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 수년간 대형 광고회사에서 일한 지인이, 어떤 사람의 광고 짬밥을 가늠하기 위해서 자동차 광고를 했었는지 본다고 하더라. 주요 산업군인데다 광고 예산이 큰 편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큰 규모의 일을 해 봤는지, 얼마나 주요 팀에서 일을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얘기해 줬었다. 전 회사에서는 생활/소매 쪽 광고주를 만났었다. 슈퍼마켓, 전기, 화장품 등이었는데, 각각 이마트, 한국전력공사, 아모레퍼시픽 정도이니 회사 규모 자체는 크더라도 상품의 단가에서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광고 예산이 자동차만큼 크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이 조금 불만족스러워서 이번에는 뭔가 다른 산업군에서 규모가 있는 광고를 해 보고 싶었다. 독일에서 광고일을 ..
9. ADHD와 충동성 - ADHD를 치료하면 인생이 재미 없어지는 걸까? 내가 이런 상태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고백하자면, 현재 나의 성인 ADHD 약물치료는 아주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에서 나는 결국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내게 맞는 용량을 찾지 못했다. 콘서타 54mg를 3일 먹어보고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 판단하신 의사선생님께서 콘서타 45mg 한달치를 처방해 주셨고, 그걸 받아들고 독일로 돌아온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간 나는 베를린에서 나를 받아주는 정신과를 찾기 위해 병원 80군데를 뒤지고 여기저기 연락하며 노력했지만 번번히 거절만 받아야 했다. 빌어먹게도 거지같은 독일 겨울 날씨 때문에 정신과에 환자가 겨울마다 급증하고 코로나까지 겹쳐 새 환자를 받을 여력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지난 한 달간 나는 약물치료로 아무런 차도를 느끼지 못했다. 업무 성과를..
블로그 광고 방향성에 대한 고민 - 페이스북 인턴십으로 배운 점. 나는 블로그를 취미로 하는 중이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으려 하고 수익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현업 광고인이지만 블로그는 취미활동이기 때문에 블로그 광고에 대해서는 직업과는 완전히 별개라고 무의식적으로 선을 그어 놨었는지, 딱히 생각을 해 보지 않았었다. 그러다 어제 구글 애드센스 본문 중간 광고를 제거하는 글을 쓰다 보니 역시 나도 광고인인지라 블로그 광고의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생각에 대부분의 티스토리 블로그는 크게 두 갈래의 두 방향으로 나뉘는 것 같다. 큰 갈래는 수익형 블로그와 취미형 블로그이지만, 수익형 블로그 중에서도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키워드 중심으로 검색이 될 만한 주제로 정보성 글이 올라오는 블로그이고, 하나는 급상승 키워드와는 상관 없이 전문분야 몇가..
8. 성인 ADHD 약물 치료 - 콘서타 54mg 증량 부작용 (휴가중) 공교롭게도, 엄마가 서해에서 굴을 드시고 와서 노로바이러스에 걸린 듯 했다. 하루 종일 토하고, 설사하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오한이 오는 등 전형적인 노로바이러스 증상이었다. 마침 아프기 전 먹은 것도 굴이어서 엄마랑 나는 노로바이러스라고 거의 확신을 했고 엄마는 3일 내내 아프셨다. 처음에는 노로바이러스도 전염성이 있는 줄 모르고 엄마랑 밥도 같이 먹고 음료도 같이 마셨는데 나중에 전염성이 있는 걸 알고 불안하긴 했었다. 바로 직전에 나는 45mg를 복용하고도 효과를 느끼지 못해서 콘서타를 54mg로 증량해서 4일치 약을 받아왔다. 그런데 54mg 복용 첫날, 엄마는 거의 다 낫고 내가 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머리가 쭈뼛거렸고, 설사를 딱 두번 하고, 속이 하루 종일 메스꺼웠다. 잠도 제대로 ..
티스토리 구글 애드센스와 가독성 - 애드센스 본문중간광고 제거 지난 주말에 친구들에게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내 블로그 글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광고가 당혹스러울 만큼 많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첫째로는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내가 혼자 생각하고 뱉어낸 말들이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남아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과 생각은 휘발성이라 기록하고 남겨놓지 않으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거나 내 머릿 속 어딘가에만 일부 남아 있게 되지만, 기록을 하는 순간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에 구글 애드센스를 알게 되었고, 이왕 시간과 수고를 들여 글을 쓰는 김에 조금이나마 수익이 나면 기분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
7. 성인 ADHD 약물 치료 - 콘서타 18mg -> 45mg 증량 후기 (휴가중) *민감한 약물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고, 본문에 나오는 약물 복용 후기는 오로지 저의 개인적인 기록일 뿐,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은 반드시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소견과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첫 진료 후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치료약인 콘서타 18mg을 처방받았다. 전 글에 썼던 것처럼, 약의 용량이 크지 않아 약사선생님도 별다른 주의사항이 없다고 하셨고 나도 별 기대 없이 마음 편히 먹었다. 다만, 나는 일을 하는 중이 아니고 4주간의 휴가 중이었다.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놀러다니느라 책을 읽을 시간도, 뭔가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할 시간도 전혀 없었기에 약효를 ..
네이버와 티스토리 수익형 블로그 동시 운영 작년 여러 가지를 고민해보고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아니라 티스토리 블로그를 선택한 이유: 1. 네이버 블로그의 활발한 소통이 부담스러웠다. 당시에 뭔가 네이버는 인싸들의 놀이터 같았고, 티스토리는 자발적 아싸의 느낌이었다. 놀이터에서 벗어나 한적하게 외곽에서 머물면서 검색으로 종종 독자가 유입되어 다른 글은 보지 않고 딱 그 글만 보고 빠져나가거나 소수의 이웃과 소통하는 정도의 관심이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 취미로 하는 블로그라도, 수익이 생기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이들 얘기하듯이 티스토리는 구글 애드센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수익성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나는 소통은 커녕 조회수도 안나오는 블로그에 지쳐버렸다. 하지만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
6. 부모님께 ADHD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고등학교 때 나는 엄마한테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당연히(?) 당시에 나는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고, 도대체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내가 이모양인지 이해할 수 없고 답답했다.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명쾌하게 답과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인생에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시기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딸이 아무리 말해봤자 엄마는 화만 낼 뿐이었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대한민국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고, 남들은 다 알아서 다스리며 산다고. 정신과 같은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곳에 기어이 발을 들여 놔야겠냐고, 왜 그렇게 반사회적으로 살려고 기를 쓰냐고, 정신과 가면 기록에 남아서 취직도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다고, 말같지도 ..
5. 성인 ADHD 약물 치료 공부 - 콘서타 (메틸페니데이트) *성인ADHD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 민감한 약물에 대한 글입니다.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닌 환자이고, 본문에 나온 의료지식은 저 스스로를 위해 정리한 것일 뿐,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의료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습득 보다는 반드시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소견과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내가 갔던 병원의 의사선생님은 ADHD 치료의 90%는 약물치료라고 하셨다. ADHD는 전두엽 활성화와 관련된 신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이 약이 잘 듣고 증상을 굉장히 호전시키기 때문에 스스로 개선의 의..
4. 정신건강의학과 첫 방문 2편: 종합주의력검사(CAT)와 성인 ADHD 진단. *성인ADHD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첫 상담을 25분가량 진행하고 의사선생님은 내게 ADHD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이지만, 추가적으로 '주의집중력검사(CAT)를 해보는 게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좋다고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하셨다. 나는 사실 의사선생님과의 상담과 문답지 작성만으로 병리적인 문제를 판단한다는 것이 꽤나 생소하고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검사든 얼마의 비용이 들든 기꺼이 받고 싶었다. 약 30분 정도 걸리는 검사였고 비용은 6만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는데, 검사를 도와주신 선생님께서는 꼭 집중해서 최대한 정신 바짝 차리고 하라고 거듭 당부하셨다. 그때까지도 이게 무슨 검사인지 몰랐기 때문에..
3. 정신건강의학과 첫 방문과 상담 1편: 노력이란 무엇일까? *성인ADHD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잔뜩 신이 나서 집 주변 정신과를 검색해 봤다. 남은 시간은 고작 4주. 유명한 병원을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나는 경기도의 끝자락 지방러인데, 우리 집 근처에도 정신건강의원이 꽤나 많아서 놀랐다. 우선 나는 모든 병원의 소개글이나 후기를 보고 확실히 성인 ADHD를 진료하는 병원을 추렸다. 그러고 나니 후보가 몇 개 남지 않아 후기를 좀 더 찾아보고 친절하다는 곳으로 또 한번 추렸다. 남은 후보는 단 둘. 두 군데 모두 전화를 해봤다. 정신과 예약은, 나처럼 마음이 급하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꽤 높았다. 우선 두 곳 모두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였고, 더군다..
2. ADHD를 검색해 볼 수록 오히려 기대감에 부풀었다. *성인ADHD의 특성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ADHD를 가진 사랑스럽고 안타까운 금쪽이를 보고, 나는 홀린 듯이 ADHD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정보의 홍수 속을 한참 표류하다 내가 정착한 곳은 서울아산병원의 질환백과(링크)였다. 여기에서 성인 ADHD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정리정돈을 못한다는 부분만 빼면 전부 다 나의 증상과 일치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깊은 부분은 마지막에 소개한 "성인 ADHD 환자에게 유용한 습관" 다섯가지였다. ① 메모가 가능한 노트나 수첩, 스마트폰을 항시 휴대합니다. ② 주변에 휴지통과 정리함을 여러 개 배치합니다. ③ 열쇠, 전화기, 지갑 등의 물건을 담는 보관함을 항상..
1. ADHD를 알게 된 건, 매우 공교로웠다. (금쪽같은 내새끼) *성인ADHD의 특성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11월 초, 한국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5주간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이후 4주 동안은 휴가를 내서 노는 총 9주간의 일정이었다. 나는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였다. 혼란하던 10대와 20대를 겪고 직장을 다니며 삶을 안정시키고 나니 나 자신을 좀 더 들여다 보게 된 덕에 30여년간 나를 괴롭히던 무기력함과 의지박약, 자기비하와 나태함, 열등감, 게으름 등을 나름대로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30대가 되면서 좋던 싫던 나라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태였다. 게다가 한국에 갔을 때는 마침 큰 규모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210520 목요일 - 나는 성실한 걸까 게으른 걸까 하루가 어땠더라 정신없이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아침회의부터 시작해서 일이 끊임없이 있었다. 해오던 작업을 프리랜서에게 넘기기 전에 마무리하고, 다듬고, 피드백 받고 수정하는 등의 일을 했다. 씨디는 바쁘면 프리랜서가 내일 오니 그냥 넘기라고 얘기해줬지만 왜였는지 그 순간에는 다른 할일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내가 시작한 일인데 내가 마무리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작업하기 시작했다. 무려 150장에 달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작은 수정이 대부분이었기때문에 후딱 하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파일을 다 만들고 광고주에게 할 발표를 위해 프레젠테이션에 크기, 오와 열을 맞춰서 올리는 일은 또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 우리 회사는 구글 기반으로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나..
인생을 바꿔놓은 열 다섯의 유럽 여행. 엄마는 외국생활을 동경했다. 그래서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필리핀으로 유학을 갔다. 그땐 잘 몰랐는데, 1년후 방학때 한국에 잠깐 들어온 친구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 재밌고 신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당시 그 친구는 교회를 통해서 필리핀 현지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가서 기숙사비도 저렴했고, 당시 필리핀 물가도 굉장히 저렴했기 때문에 학비를 포함해서 총 생활비가 한달에 7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해줬다. 나는 당장 엄마한테 달려가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엄마한테 들은 답변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우리 집은 너 유학 보낼 만큼의 형편은 안되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네가 벌어서 유학가는 건 어떨까?" 한 달에 70만원의 학비도 댈 여력이 없..
베를린 카페) 커피맛집 Mokofuk + 독일 커피 여정 독일로 오면서, 내 커피 세계관은 많이 바뀌고 확장되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아메리카노와 맥심 믹스커피만 주구장창 마셔댔고,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싫어했으며 크림이 올라칸 커피는 극혐했었다. 독일에 와서는 '아메리카노' 대신 'Kaffee Creme'을 파는 곳이 많아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룽고 사이의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내가 살던 함부르크에는 평균적인 동네 커피의 맛이 너무 구렸다. 그래서 대안책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시작했고, 몰랐던 커피의 '풍미'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면서 이때부터 편협했던 내 커피관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커피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코르타도 레체 이 레체, 플랫화이트 등으로 저변을 넓혀갔다. 그러고 나니 함부르크에 커피 맛있기로 유명한 카페들을 하나..
210504 화요일 - 새로운 직책,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 독일의 첫 회사에서 2년 6개월을 근무하고 이직. 새로운 회사에서는 연봉도 올려 받고 직급도 승진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치자면 나는 가장 일을 많이 처리하는 실무자이면서, 신입도 아니고 관리자급도 아닌 중간에 끼인 위치인 거다. 당연히 나도 대리급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다 오늘 회사에서 굉장히 찜찜한 일이 생겨 생각을 정리해 보고 다음부터는 더 잘 해내기 위해서 업무일지를 쓴다. 오늘 일하던 중에 전에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Senior에게 연락이 왔다. A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광고주에게 발표해야 하는데 결과물들이 중구난방이라면서 혹시 이게 광고주 확인을 받은 최종 시안이 맞냐고 물어왔다. 나는 당황했다. 일단 내가 손을 뗀지 시일이 꽤 지난 사안이었고, 시안을..
[광글리시] Nike - Dream Crazy 캠페인 해석, 문법설명, 광고설명 * 광글리시: 광고로 배우는 잉글리시 더보기 제가 광고를 만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광고는 참 좋은 영어교재 같습니다. 영화나 미드로 공부를 하기에는 일상에서 실제로 쓰기에는 오글거리는 표현이나 비속어가 걱정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꽤나 길어서 한 회를 끝내고 마침표를 찍으며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호흡이 길거든요. 한마디로 큰맘먹고 시작했다가 금방 포기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반면에 광고는 대부분 짧으면 15초에서 길어봤자 2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하나를 통째로 공부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서 그만큼 하나를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당연히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하는 짧은 광고이기 때문에 한 문장 한 문장에 심혈을 기울여 쓰여졌고요. 그래서 광고가 영어공부에 매우 좋다고 생각했고, 저도 좋아하..
108배 한달 후기 - 식단조절 안하고 다른 운동도 하지 않고 순수하게 108배만 한 달동안 해 봤다. 108배를 시작한지 어느덧 33일차. 108배 한달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조건] 주말에는 쉬고, 평일 아침에 진행 식단조절 하지 않음 다른 운동 병행하지 않음 일상의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오로지 108배만 추가됨. [바뀐점] 몸의 중심 근육이 확연하게 자리를 잡음. 넘어짐이 확실히 줄고, 중심잡기, 통나무건너기, 오래 서있기 등의 능력이 월등히 향상됨. 생리통 체감 90% 감소 생리 전 여드름 체감 90% 감소 요통 체감 90% 감소 확실한 체력 향상 몸무게 변화 없음 약간의 체지방 감소, 약간의 근육량 증가 [감상] 나는 원래 매일 쾌변을 보는 사람이라 확 느껴지는 변화는 없지만,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 변비나 치질에도 굉장히 좋다고 한다. 장운동이 좋아진 듯한 느낌은 드는데 나는 원래 규칙적으로 ..
독일 날씨와 요즘 하루 일과 요즘엔, 아침에 친구들과 공원에서 30분간 달리기를 한다. 돌아와서 씻고, 아침을 먹고, 커피를 한 잔 내린다. 9시에 아침회의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퇴근하면 산책을 나가서 한두시간 걷고 들어온다. 돌아와서 저녁을 차려 먹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운동을 해서 그런가 요즘 특히 행복하다. 코로나가 한창인데도 이렇게 소소하게 매일 행복해서 감사하다. -- 독일의 날씨는 어떤 의미에서는 극과 극을 달린다. 한국에서는 날씨가 중요한 걸 몰랐다. 나는 사계절을 다 좋아했다. 그런데 독일에 와보니 날씨가 사람의 기분과 상태에 참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걸 알았다. 간단하게 독일은 1년을 두 계절로 나누면 편하다. 기분좋은 계절, 우울 터지는 계절. 기분좋은 계절은 아주 짧은 봄과 가을..
프로바이오틱스 대신, 아침엔 오버나이트 요거트 오트밀 - 타임지 선정 슈퍼푸드의 진실 '10대 슈퍼푸드로 아침먹기' 라고 제목을 써놓고, 그래도 질 좋은 정보성 글이 되려면 10대 슈퍼푸드가 무엇인지는 적어야 할 것 같아서 기사 검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의 원문 기사는 아무리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어디서 주워듣긴 했는데.. 내가 찾은 글들은 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블로그나 작은 온라인잡지의 기사들 뿐이었다. 영어로 검색을 시작했다. 역시 원문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superfood'로 검색해봤다. 놀랍게도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슈퍼푸드를 'marketing term'이라고 써 놓았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를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 기사 검색을 시작했고, 설명이 될 만한 몇개의 기사를 찾았다. 그 중에서도 'Harvard ..
다큐후기/누설없음)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 환상적인 케이프타운의 바다와 아름다운 우정. 사실은 한 3주 전에 보고 후기를 써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다가 며칠전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수상하고서야 부랴부랴 후기를 작성중이다. 주변에 추천은 많이 했었는데. 아무튼 내용 누설 없이 초반 상황만 설명하고 간략한 감상을 적는 후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주인공은 일에 지치고 회의감을 느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이건 무슨 듣도보도 못한 바다수저란 말인가. 첫번째 사진 맨 아랫쪽 집이 그의 집이다. 저런 곳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면 대체 어떤 느낌일까? 주인공이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것은 그래서였을까? 내가 꿈꾸는 이상향이 이 곳에 다 있었다. 푸른 물, 자연, 고즈넉함과 때때로 찾아오는 위대한 자연의 거친 격정. 이런 집이 있어서인지, 일과 인간관계에 지친 주인공..
아이패드 프로 실사용 후기 - 내 생애 최악의 소비, 활용도에 대한 고찰. * 이 글을 읽는 분께, 제발 저와는 다르게 실제 용도를 잘 생각해보시고 구매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내가 부모님께 딱 하나 물려받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현명한 소비 습관이다. 그래도 지난 10년간 열심히 벌고 열심히 써 본 결과 하나 깨달은 것은, 자잘한 소비를 아껴서 통 크게 지르는 것이 더 오래 쓰고 만족도가 크다는 것.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큰 마음을 먹고 원대한 계획을 앞세워 지른 아이패드가 내 생애 최악의 소비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정말 몰랐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광고회사에 재직중인 아트디렉터다. 나는 만화를 그렸었고, 앞으로도 그릴 예정이 있으며,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 봤고, 앞으로도 만들 생각이 있다..
TV후기) 유퀴즈 청년문간 이문수 신부님 210421 유 퀴즈 온 더 블럭 103회 시청 후기. 오늘의 유퀴즈는 '은밀한 이중생활' 특집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고 마음에 콱 박힌 출연자분은 청년문간을 운영하시는 이문수 신부님이었다. 2015년 여름 대학로 고시원에서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다 굶주림 끝에 세상을 떠난 청년의 기사를 본 한 수녀님께서 "청년들이 마음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그걸 이문수 신부님이 수도원에 건의하시자 '너무 좋은 생각이다. 그럼 네가 하라'며 맡게 되셨다고 한다. 그렇게 2년간의 준비 후 정릉에 '청년문간'이라는 식당을 여셨고, 차림표는 김치찌개 단 하나, 가격은 3000원이다. 인원수대로 시키지 않아도 되고, 밥도 추가요금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수익사업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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