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내 블로그는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블로그가 될 모양이다.
코로나가 퍼지고 난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나는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토트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나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선수들의 경기를 골고루 챙겨보며 생전 처음 축구의 맛을 서서히 알아갔다. 이강인 선수에 관한 글도 블로그에 몇 번 썼었다. (지금은 지움)
그러다가 생애 최초로 자의로 보게 된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터뷰하는 이강인선수가 안경을 쓰고 나온 모습에 나는 아주 크고 깊게 꽂혀버렸다. (젠몬 안경이 그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지..) 평소에 보던 축구선수가 아니라 마치 프로페셔널한 스포츠 기자 같은 모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이강인 선수는 알면 알수록 더 기특하고 대견하고 대단하고 멋진 선수였고, 나는 이강인 선수가 운동하는 영상을 보면서 문득 나도 저렇게 나가서 심장이 쿵쾅쿵쾅 뛸 때까지 뛰거나, 축구를 하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타고나기를 운동하고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 녹아들며 참된 사무직 직장인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강인 선수가 운동하는 걸 볼 때마다 묘하게 자꾸 나도 나가서 뛰어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나는 당장 과체중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고, 런데이라는 조깅 앱을 다운받아 그대~로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이강인 선수 덕분에 파워 집순이에 거의 움직임이 없던 내가 매주 2-3회 30분씩이나마 달리거나 홈트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의 동시에 나는 매년 가는 한국 방문 시기가 되었고, 한국에 가서 인생 최초로 체해봤다. (나도 드디어 체한 느낌이 뭔지 알게 되었다.)
나는 훌륭한 소화기관을 갖춘 대식가였는데, 마침 운동을 시작한 때가 인생 피크 몸무게를 찍을 때여서 몸이 부실했던 건지, 너무 추운 겨울이라 그랬는지, 전통시장에 놀러갔다가 버섯을 잘못 주워먹고 대차게 체한 것이다.
체하고 나니 하루만에 3키로가 줄어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히 구토로 인해 수분이 빠진 거겠지만, 그때는 '오? 이참에 다이어트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과 식습관에 대해서 잘 모를 때여서 계획은 최대한 단순하게 잡았다.
1. 주 2-3회 공복에 유산소운동 30분씩 (런데이)
2. 먹고싶은 것은 다 먹되 너무 배부르게 먹지는 말자.
3. 액상과당은 피하자. (술이나 콜라를 마셔야 할 때는 제로로)
라는 세가지 대원칙을 만들고, 그것만 열심히 지켰다.
그러면서 조금씩 운동과 식습관, 그리고 바른 자세에 대해서 공부해 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맛있는 걸 좋아해서 클린식이나 다이어트 식단을 하지는 못하고 먹고 싶은 건 다 먹는다. 피자, 햄버거, 치킨, 파스타, 라면 등등 다이어트에 안 좋다고 알려진 것들도 거리낌 없이 먹는다. 같은 메뉴를 먹더라도 얼마나 어떻게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씩 공부하며 변화한 지금의 대원칙은 이렇다.
1. 주 4-5회 유산소, 근력운동과 스트레칭 병행. 상황에 따라 30분에서 90분 실시 후 충분히 잘 먹기.
2. 먹고싶은 것은 다 먹되 너무 배부르게 먹지는 말고, 단백질과 식이섬유(생채소)를 충분히 함께 섭취.
3. 여전히 액상과당은 피한다. (역시 술이나 콜라를 마셔야 할 때는 제로로)
그리고 약 3개월 후, 나는 10kg을 감량하고 68kg에서 58kg가 되었다.
빡세게 식단을 관리하거나 빡세게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역시 과체중은 초반 감량이 빠른 건지,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안 움직이고 살았던 건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살이 빠졌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오랫동안 있어서 의사선생님께 살을 빼란 말을 몇 번 들었었는데, 방치하고 살다가 살이 빠진 후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 보니, 놀랍게도 초음파 사진상으로는 정상 소견이라는 애기도 들었다! 동글동글 보이던 난포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일단은, 예뻐졌다. 볼살과 턱살이 많이 사라지니 목도 길어지고 얼굴 윤곽이 살아나서 얼굴이 진짜 예뻐졌고, 피부도 좋아졌다.
그리고 아무 옷이나 주워 입어도 옷 태가 살고 스타일이 난다. 주변에서 이 부분을 특히 많이 칭찬하더라.
그래서 며칠 전 나는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입어 보고 꽤 많은 커다란 바지와 윗옷들을 버렸다.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스마트 체중계 보고서를 그렇게 신뢰할 수는 없지만, 매번 같은 시간에 같은 조건에서 같은 옷을 입고 쟀다.
3개월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몸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나는 '과체중' 범위에서 '보통체중' 범위로 무려 체급 변경에 성공했고,
붉거나 노랗던 경고 요소들은 모두 초록색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30분동안 2.3km 밖에 뛰지 못하고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것도 이제는 5km를 가뿐하게 뛴다.
처음에 잘 모르고 공복유산소만 하면서 근손실이 꽤 일어나서 뼈아프게 생각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홈트 말고 헬스장에 다니면서 근력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신경써서 해 볼 생각이다.
최초 목표는 48키로였다. 지금은 딱히 48킬로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목표에 반 정도 다가선 것 같다.
지금 몸에서 지방을 좀 더 덜어내고 근력을 키우고 싶다. 아마 만족스러울 만큼 근육으로 탄탄한 몸이 되면 대략 52-55kg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꾸준히 운동하면서 지켜봐야겠다.
마침 10월 초에 이탈리아에서 하는 결혼식에 신부 들러리로 초대받았다.
들러리 드레스를 입어야 하니까, 그때까지도 꾸준히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매번 이강인 선수 영상과 사진을 볼 때마다 어쩜 이렇게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고 늘 발전하고 너무 잘하고 마음이 곧은지 감탄하게 되는데, 감탄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좋은 영향을 받아서 열심히 운동한 나도 칭찬해주고 싶다.
이강인선수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마요르카를 떠나 아마도 영국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시즌이 끝나기 전에 마요르카도 꼭 가서 경기 직관하고 시원하게 수영하고 싶다. 마요르카는 독일인의 제주도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직 한 번도 못 간게 뼈아프다. 늦어도 5월 중순에는 꼭 가야지!!
이 글을 보는 분들께도, 어차피 누군가를 좋아한거나 취미를 갖는다면 운동선수를 좋아하거나 운동 취미를 가져 보면 어떨까 권하고 싶다. 스포츠를 대체 왜 보는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인기가 많은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더라. 슬램덩크를 보고 나서 여자 프로 농구도 슬쩍 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곧 시즌이 끝나 버렸지만, 다시 시작하면 또 보면서 농구도 도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