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32) 썸네일형 리스트형 230911 뱉어내기 나 따위가 단지 일정 시간 살아있다는 이유로 성인 취급을 받는 게 올바른 세상의 이치가 맞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든다. 성인 자격제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나. -- 자기혐오도 지겹다 이젠 남들도 이렇게 어려울까 궁금해 하는 것도 부질없고 ADHD가 없는 삶이란 어떤 걸까 계획형 인간의 삶이란 어떤 걸까 궁금해 하는 것도 모두 의미없다 --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나는 행복한 상태인것도 맞다. 종종 이렇게 폭발적으로 삶이 어렵다 토해낼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 지고 거의 매일 꾸역꾸역 뭔가를 한다. 끝나고 나면 "내가 해냈어!!!" 라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뛴다. 짜릿한 성취감에 취한다. 그러다가 다음 도전이 오면 또 괴로워 하면서 재밌어 하면.. 덕질을 한다면, 운동선수는 어떨까? (이강인다이어트 - 3달 10kg 감량 후기) 아무래도 내 블로그는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블로그가 될 모양이다. 코로나가 퍼지고 난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나는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토트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나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선수들의 경기를 골고루 챙겨보며 생전 처음 축구의 맛을 서서히 알아갔다. 이강인 선수에 관한 글도 블로그에 몇 번 썼었다. (지금은 지움) 그러다가 생애 최초로 자의로 보게 된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터뷰하는 이강인선수가 안경을 쓰고 나온 모습에 나는 아주 크고 깊게 꽂혀버렸다. (젠몬 안경이 그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지..) 평소에 보던 축구선수가 아니라 마치 프로페셔널한 스포츠 기자 같은 모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이강인 선수는 알면 알수록 더 기특하고 대견하고 대단하고.. 10. 성인 ADHD 전도사 - ADHD와 창의력. 내 주변에는 창작자들이 많다. 광고 자체가 창의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아예 전업 작가나 창작자들도 많다. 재미있는 일이다. ADHD는 상식적인 것들이 많이 부족한 대신 창의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상식 파괴적인 생각이나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고, 보통 주변인들은 그런 특성을 ‘특이하다', ‘창의력이 높다' 정도로 받아들인다. 또한 ADHD는 집중하고 몰입해야 할 대상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또 어떤 것에는 과하게 몰입하는 특성도 알려져 있다. 내가 성인ADHD를 진단받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할 때면, 첫 반응이 가장 부정적인 사람들이 창작계열 사람들이었다. 보통 그들의 반응은 “누구나 다 그런 거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하자있는 부분들이 있어. 그게 무슨.. 뇌는 개발하는 쪽으로 발전한다 - 아트디렉터로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스물 셋 이전의 나는 순도 100% 문과소녀였다. 어느 정도냐 하면, 초중고를 통틀어 학교에서는 매번 글짓기, 독후감, 책벌레 상 등등의 상을 매번 받으며 가장 책을 많이 읽는 학생으로 꼽혔었고, 공부하지 않아도 국어성적은 1등급이었다. 자랑을 차치하고라도 나는 정말 활자중독인가 싶을 정도로 글을 많이 읽었고, 그림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학교에서 교실꾸미기를 할 때마다 차출되는 경우도 한 번 없었고, 그림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생대회에 나갈때 나는 옆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참가했으며, 그 흔한 다이어리 꾸미기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학교다닐 때 쓴 일기장을 읽으면 글씨만 빼곡할 뿐 스티커 하나, 손그림 하나 그린 게 없다. 업무일지 같아 보일 정도. 스물 셋 이전까지 나는 내가 보는 눈이 있다고 생.. 9. ADHD와 충동성 - ADHD를 치료하면 인생이 재미 없어지는 걸까? 내가 이런 상태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고백하자면, 현재 나의 성인 ADHD 약물치료는 아주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에서 나는 결국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내게 맞는 용량을 찾지 못했다. 콘서타 54mg를 3일 먹어보고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 판단하신 의사선생님께서 콘서타 45mg 한달치를 처방해 주셨고, 그걸 받아들고 독일로 돌아온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간 나는 베를린에서 나를 받아주는 정신과를 찾기 위해 병원 80군데를 뒤지고 여기저기 연락하며 노력했지만 번번히 거절만 받아야 했다. 빌어먹게도 거지같은 독일 겨울 날씨 때문에 정신과에 환자가 겨울마다 급증하고 코로나까지 겹쳐 새 환자를 받을 여력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지난 한 달간 나는 약물치료로 아무런 차도를 느끼지 못했다. 업무 성과를.. 8. 성인 ADHD 약물 치료 - 콘서타 54mg 증량 부작용 (휴가중) 공교롭게도, 엄마가 서해에서 굴을 드시고 와서 노로바이러스에 걸린 듯 했다. 하루 종일 토하고, 설사하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오한이 오는 등 전형적인 노로바이러스 증상이었다. 마침 아프기 전 먹은 것도 굴이어서 엄마랑 나는 노로바이러스라고 거의 확신을 했고 엄마는 3일 내내 아프셨다. 처음에는 노로바이러스도 전염성이 있는 줄 모르고 엄마랑 밥도 같이 먹고 음료도 같이 마셨는데 나중에 전염성이 있는 걸 알고 불안하긴 했었다. 바로 직전에 나는 45mg를 복용하고도 효과를 느끼지 못해서 콘서타를 54mg로 증량해서 4일치 약을 받아왔다. 그런데 54mg 복용 첫날, 엄마는 거의 다 낫고 내가 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머리가 쭈뼛거렸고, 설사를 딱 두번 하고, 속이 하루 종일 메스꺼웠다. 잠도 제대로 .. 7. 성인 ADHD 약물 치료 - 콘서타 18mg -> 45mg 증량 후기 (휴가중) *민감한 약물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고, 본문에 나오는 약물 복용 후기는 오로지 저의 개인적인 기록일 뿐,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은 반드시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소견과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첫 진료 후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치료약인 콘서타 18mg을 처방받았다. 전 글에 썼던 것처럼, 약의 용량이 크지 않아 약사선생님도 별다른 주의사항이 없다고 하셨고 나도 별 기대 없이 마음 편히 먹었다. 다만, 나는 일을 하는 중이 아니고 4주간의 휴가 중이었다.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놀러다니느라 책을 읽을 시간도, 뭔가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할 시간도 전혀 없었기에 약효를 .. 6. 부모님께 ADHD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고등학교 때 나는 엄마한테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당연히(?) 당시에 나는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고, 도대체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내가 이모양인지 이해할 수 없고 답답했다.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명쾌하게 답과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인생에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시기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딸이 아무리 말해봤자 엄마는 화만 낼 뿐이었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대한민국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고, 남들은 다 알아서 다스리며 산다고. 정신과 같은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곳에 기어이 발을 들여 놔야겠냐고, 왜 그렇게 반사회적으로 살려고 기를 쓰냐고, 정신과 가면 기록에 남아서 취직도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다고, 말같지도 .. 5. 성인 ADHD 약물 치료 공부 - 콘서타 (메틸페니데이트) *성인ADHD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 민감한 약물에 대한 글입니다.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닌 환자이고, 본문에 나온 의료지식은 저 스스로를 위해 정리한 것일 뿐,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의료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습득 보다는 반드시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소견과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내가 갔던 병원의 의사선생님은 ADHD 치료의 90%는 약물치료라고 하셨다. ADHD는 전두엽 활성화와 관련된 신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이 약이 잘 듣고 증상을 굉장히 호전시키기 때문에 스스로 개선의 의.. 4. 정신건강의학과 첫 방문 2편: 종합주의력검사(CAT)와 성인 ADHD 진단. *성인ADHD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첫 상담을 25분가량 진행하고 의사선생님은 내게 ADHD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이지만, 추가적으로 '주의집중력검사(CAT)를 해보는 게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좋다고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하셨다. 나는 사실 의사선생님과의 상담과 문답지 작성만으로 병리적인 문제를 판단한다는 것이 꽤나 생소하고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검사든 얼마의 비용이 들든 기꺼이 받고 싶었다. 약 30분 정도 걸리는 검사였고 비용은 6만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는데, 검사를 도와주신 선생님께서는 꼭 집중해서 최대한 정신 바짝 차리고 하라고 거듭 당부하셨다. 그때까지도 이게 무슨 검사인지 몰랐기 때문에.. 이전 1 2 3 4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