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약물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고, 본문에 나오는 약물 복용 후기는 오로지 저의 개인적인 기록일 뿐,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은 반드시 의사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소견과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첫 진료 후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치료약인 콘서타 18mg을 처방받았다.
전 글에 썼던 것처럼, 약의 용량이 크지 않아 약사선생님도 별다른 주의사항이 없다고 하셨고 나도 별 기대 없이 마음 편히 먹었다. 다만, 나는 일을 하는 중이 아니고 4주간의 휴가 중이었다.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놀러다니느라 책을 읽을 시간도, 뭔가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할 시간도 전혀 없었기에 약효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파심에 적는 읽기 전 주의사항:
- 나는 한국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독일에서 치료를 바로 이어서 시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의사선생님도 가장 걱정하신 부분이었다. 매우 급하게 진행해야 했고, 한 용량을 5일 먹어보고 5일마다 병원에 내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 경우는 절대 일반적이지 않다.
- 보통은 본인에게 맞는 적정 용량을 찾는 데에 2-3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 보통 한번 처방받은 용량을 최소 1-2주 이상 꾸준히 먹어보면서 효과나 부작용을 찬찬히 느끼는게 좋다고 한다.
- 내가 처방받은 콘서타 서방정은 지속시간이 12시간 정도로 긴 편이다.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불면증이 올 수 있어서 가급적 오전 1회 복용이 권장되고, 나도 오전에 한번 복용했다.
- 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과도한 각성으로 두근거림과 빈맥,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올 수 있다. 대부분의 복용자들은 심장이 빨리 뛰어서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것 같다.
- 콘서타를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약효는 떨어지는데 부작용은 심해지고, 간에 좋지 않다고 한다.
콘서타 18mg 5일 복용: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18mg에도 큰 효과를 본다던데, 나는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다. 집중력 향상이나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에 드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등의 효과는 전혀 없었고, 두통이나 식욕부진 또는 입마름 등의 흔한 부작용도 전혀 없었다. 나는 콘서타 18mg를 먹으면서 담배도 잘 피웠고 커피도 많이 마셨고, 낮잠도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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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이 들으시곤 별 말씀 없이 바로 27mg로 증량해 주셨다.
콘서타 27mg 5일 복용:
꽤나 기대를 했는데, 슬프게도 아무런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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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은 책을 읽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의 실행력과 주의력이 필요한 작은 활동을 해보며 달라지는 점이 있는지 느껴보라고 조언해 주셨고, 조심스럽게 45mg로 증량해 주셨다.
콘서타 45mg 5일 복용:
역시 기대가 무색하게 전혀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 효과도 부작용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내가 약을 복용 중인 걸 아는 친구들이 내가 평소보다 더 신이 난 느낌이라고 혹시 그것도 약 효과중 하나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했는데 이상했다.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친구여서 내가 한번 신이 나면 얼마나 격하게 신이 나는지를 혹시 잘 모르나 싶었다. 아무튼 내가 느끼는 달라진 점은 전혀 없었다. 각성은 커녕, 낮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담배도 많이 피우고 커피도 많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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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께 친구의 의견을 말씀드리면서, 솔직히 말해서 좀 불안하다고, 이렇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ADHD가 아닌 것 같다고, 혹은 혹시 고용량의 약물이 필요한 중증인건 아닐까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일을 하지 않고 쉬는 휴가중이어서 체감이 되지 않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기도 하다고 말씀드렸다.
우선 선생님은 아무래도 약이 각성효과가 있기 때문에 신이 날 때 좀 더 신이 날 수 있다고 얘기해주셨고, 그리고 내가 우려하는 부분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사람마다 필요하고 적합한 용량은 각기 다르기 마련이고, ADHD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약을 먹으면 부작용을 비롯해서 약의 영향을 체감할 수 밖에 없는 약이라고, 용량이 맞지 않을 뿐 ADHD가 아닌 건 아니라고 하셨다. 용량이 맞다면 확실히 느낄 거라고, 단순히 빨래를 널거나 개는 등의 사소한 일이라도 시간이 단축되고 일을 시작하기 수월해 지는 걸 느낄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또 조심스럽게 이번에 증량을 한번 더 하면 꽤 고용량이 되는 거라 뭔가 달라지긴 할 거라고 하시면서 54mg로 증량할 것을 제안하셨다.
상담을 하고 나니 확실히 마음은 좀 가벼워졌는데, 혹시 54mg을 먹고도 체감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했다. 54mg 다음은 보험이 적용되는 한도에서는 최고용량인 72mg 라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증량을 했다. 54mg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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