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학을 제쳐두고 시각미술에 집중해온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한 글을 썼다.
https://jungney.tistory.com/82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친구에게 얘기를 하고 나니 친구는 오히려 지금이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 않냐며 반문했다.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아트디렉터로 살아온 시간만큼, 쏟은 노력만큼 글쓰기에 집중했더라면 글 쓰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니까.
아직 결론내린 건 없지만, 삶에 글쓰기와 문학을 좀 더 가까이하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하루 30분 영어 필사. 시작은 노인과 바다로 정했다. 일단 문장이 쉽고 길이도 굉장히 짧으니까.
그리고 역시나,
사라졌던 문학 감성은 아직 죽지는 않았는지 첫 문장에서부터 눈물이 날 만큼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래, 이게 책을 읽는 이유였지.
매일 뉴스, 블로그, 이메일 등의 활자를 읽고 살지만 그것과는 상관 없이 늘 좋은 글이 고팠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책으로 손이 가기에는 삶이 바빴었다. 그냥 우선 순위가 많이 밀렸던 거지. 언제부터 책을 이렇게 안 읽게 되었나.
[ 오늘의 문장 ]
He was an old man who fished alone in a skiff in the Gulf Stream and he had gone for eighty-four days now without taking a fish. 소설의 첫 문장이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
The sail was patched with flour sacks and, furled, it looked like the flag of permanent defeat.
내가 종종 가는 베를린의 영어 서점에서는 책을 사면 책갈피를 주는데, 모든 책갈피에는 위대한 작품의 첫 문장이 쓰여 있다. 제목은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받은 첫 번째 책갈피에는 '변신'의 첫 문장이 적혀 있었고, 그걸 받자마자 하마터면 울 뻔 했다. 잊고 있던 문장이 너무 반가워서, 너무 오랜만이어서.
단순한 기록일 뿐인데 지나친 감정 과잉이 느껴지지만, 첫날이니까 그러려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