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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며 떠돌이로 살면 행복할까? - 광고 아트디렉터가 된 이유 우리 엄마는 60년대생이시고, 정부가 해외여행을 자유화한 것이 겨우 83년도였다. 그래서였는지 우리엄마는 외국을 돌아다니며 사는 것이 멋있지 않냐고 어린 내게 반짝거리며 말씀하셨다. 엄마의 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도 엄마를 닮은 걸까 하여간 나도 대충 중학교때쯤 부터 막연하게 외국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광고 아트디렉터가 되었다. 영어와 작업물만 갖춰진다면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으니까. 처음 내 목표는 20년간 10개국에서 일하면서 살아보는 거였다. 그래도 이왕 지구에 태어났는데 구석구석 다 밟아보고 죽고 싶으니까, 대륙별로 거점도시를 정해서 일하면서 살다가 주말이나 휴가때 그 대륙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사는 것. -- 나는 안성 시내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에 이미 시골인..
모교가 없어진다 - Miami Ad School Europe (Hamburg) 세상에나.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내 모교가 사라진다니.!!!!! -- 먼저,우리 학교는 웃긴 학교다. 그러니까 일종의.. 포트폴리오 학교라고 보면 되나..? 미국의 마이애미에서 광고 전문 포트폴리오 학교로 시작했기 때문에 학교 이름이 Miami Ad School이다. 앞글자만 따면 MAS, 다들 마스라고 부른다. 지금은 마이애미가 아닌 많은 곳에 학교들이 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함부르크, 베를린, 마드리드, 상파울루, 토론토 등등 꽤 많다. 총 2년 과정인데, 학위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2년을 수료했다는 Diploma 뿐. 1년을 4분기로 나눠서 각 분기마다 신입생을 받는 식이다.첫 1년은 Basecamp 라고 불리는 학교에서 4분기동안 수업을 듣는다. 1분기당 10..
코로나 락다운 때 독일에서 응급실 가기 - 항문농양수술 일단 독일에서 큰 병원에 가려면 주치의가 있어야 빠르고 편한 것 같긴 하다. 주치의래봤자 별 건 아니고, 그냥 하우스아츠트, 우리나라로 치면 개인병원 정도? 남자친구가 엉덩이에 종기가 났다. 몇년 전에 갑자기 생겨서 개인병원에 갔는데 거기서는 수술할 수도 있지만 권하진 않고 일단 약으로 치료해보자고 했었다. 그리고 나니 거의 해매다 겨울철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같은 자리에서 종기가 올라왔다. 보통 한번 종기가 생기면 한 1-2주 정도 거동이 불편해지다가, 그 고름?이 부풀어 올라서 터지면 자연스럽게 낫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장 두어달 동안이나 가라앉았다 부풀어올랐다를 반복하며 없어지지 않고 괴롭히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남자친구가 항문외과를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싹 다 전화를 돌렸다. 이번 참에 아예..
물건 후기) 테팔 다지기 - 오므라이스 만들기 일단 광고는 1도 아니고 내돈내산. 이름이 왜 다지기인지 모르겠다. 다짐기여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테팔에서 다짐기를 샀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하루 세 끼를 해먹으니까 원래도 요리가 너무 귀찮았는데 이게 너무 큰 문제였다. 특히나 칼로 재료 손질하는 것도 너무 귀찮고 이사오면서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주지만 여전히 요리는 진짜 진짜 귀찮다..... 그래서 산 다짐기!! 아마존에서 20유로에 샀으니까 한 26000원 정도?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사면 훨씬 쌀 것 같다. 공산품은 독일이 대체로 훨씬 비싸니까. 만원대 혹은 그 이하로도 얼마든지 좋은 제품 구할 수 있을듯. 아무튼 이건 줄을 당기는 형식의 수동 다지기라서 고장날 염려도 거의 없고 저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동모터나 플러그가 없으니 작..
영화 후기) 퍼펙트 케어 (I CARE A LOT) = 페미니즘+사회비판+권선징악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넷플릭스 영화 아이 케어 어 랏을 봤다. (한국 제목은 퍼펙트 케어 인 듯 하다) 일단 재미는 보장한다. 찰떡처럼 쫀득하고 찰진 대사들 때문에 박장대소를 여러 번 했다. 그리고 정말 똑소리나는 영화인것 같다. 재미있는 주제들을 맛있게 버무려서 요리조리 관점의 줄타기를 시키다가 마지막엔 적당한 한 방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본 영화 3편 중에서 (미나리, 노마드랜드, 아이케어어랏 - 나머지 두 편도 후기 쓸 예정) 가장 오락성이 짙고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다. 복수는 나의 것, 범죄의 재구성 등이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 영화는 대놓고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진행된다. 여성 대 남성이 치열하게 수 싸움을 하는데, 아무래도 축구든 영화든 뭔가를 ..
영화 후기 - 델마와 루이스 오랜만에 저녁으로 파스타와 피자. 맥주를 곁들여 마시면서 겸사겸사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고, 거의 한 시간에 걸쳐 뭘 볼까 고민하다가 남자친구가 이 영화를 골랐다. 30년 전 개봉한 영화를 보니 새삼스레 감회가 새로웠다.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델마 보다는 루이스에 가까웠을 것 같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충동적으로 사람을 쏴서 죽였다면. 그 후에 나는 대체 어떻게 대처했을까?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었다. 문득 문득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생각에 잠기는 장면들에서 나도 함께 생각해 봤다. 사람을 쐈던 그 순간부터 마지막의 직전까지는 나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 순간은? 잘 모르겠다. 스물여섯이 되기 전 나였다면 아마 주인공들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항상 짧고 굵게 원하는 대..
코로나 상황 속 완벽한 주말 금요일에는 베를린에서 일하는 친구가 세탁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우리 집에서 세탁을 하고 재택근무도 같이 하자고 불렀다. 그 친구도 나도 일이 바쁜 날이어서 나는 거실에서, 친구는 부엌에서 서로 얼굴도 잘 못 보고 점심도 각자 먹었다. 나는 일이 많아서 야근을 했기 때문에 너무 고맙게도 친구가 대신 장을 봐서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냠냠 맛있게 먹고, 수다를 떨면서 한 주를 마무리했다. 토요일엔 느즈막히 일어났다. 남자친구와 함께 토요일에만 열리는 청과시장에 가려고 느릿느릿 집에서 나왔다. 약 15분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새로운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친구에게 커피한잔 하겠냐는 연락이 와서 지금 청과시장에 가는 중이니 다들 거기로 오라고 얘기를 하고, 우리는 청과시장에 도착해서..
210409 금요일 - 짚고 넘어가야 할 점 아침부터 어마어마한 이메일이 왔다. 광고는 흔히 텔레비전용 메인 영상을 하나 찍고, 그걸 편집해서 2분, 1분, 30초, 15초, 5초 등 다양한 길이로 만들거나 혹은 가로, 세로, 정사각형 등등 다양한 포맷으로 만든다. 나에게 온 일은 어제부터 나를 속썩였던 가장 말썽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도 길이와 포맷이 다 다른 다양한 곁가지 영상들 위에 올라갈 카피와 로고 레이아웃을 잡는 일이었다. 그래서 수십가지의 다른 레이아웃을 만들어야 했다. 하루가 꼬박 걸렸고, 불금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저녁 8시까지 일해야 했다. 내가 10시간을 투자한 일은, 사실 처음에 명확한 규칙만 정해놓았으면 그 모든 수정과 변화를 줄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넉넉잡아 3시간이면 끝날 일이었겠지. 예를들어 밑부분 얼만큼은 법적으로 무언..
[광글리시] Apple - Here's to the crazy ones. / Think different. * 광글리시: 광고로 배우는 잉글리시 해석과 설명은 접어두었으니 필요하신 분은 '더보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더보기 광고는 참 좋은 영어교재 같습니다. 영화나 미드로 공부를 하기에는 일상에서 실제로 쓰기에는 오글거리는 표현이나 비속어가 걱정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꽤나 길어서 한 회를 끝내고 마침표를 찍으며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호흡이 길거든요. 한마디로 큰맘먹고 시작했다가 금방 포기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반면에 광고는 대부분 짧으면 15초에서 길어봤자 2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하나를 통째로 공부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하나를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쉽고, 당연히 광고이기 때문에 비속어가 들어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광고가 영어공부에 매우 좋다고 생각했고, 저도 좋아하는..
210408 목요일 - 업무는 제대로 받아야 한다. 점심 무렵에 일이 하나 왔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프로젝트 중간에 갑자기 끼어서 일을 맡게 되었다. 개요가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아서, 장장 한시간 반 동안 이리저리 질문을 해가며 삽질을 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간단한 일이었는데, 이리저리 물어보다가 결국 높은 직급의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정리했다. 처음에 개요가 명확하지 않아서 삽질한게 너무 아깝고 분했다. 이런 일은 애초에 일을 줄 때 명료하게 정리해서 줬어야 하는데 다들 이리저리 바빠서 나몰라라 한 부분이 있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일을 받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정확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내 일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시작하기 위해서 어떤 자료와 정보가 필요할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나는 이 일을 하는 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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