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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내이야기

글 쓰며 떠돌이로 살면 행복할까? - 광고 아트디렉터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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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60년대생이시고,

정부가 해외여행을 자유화한 것이 겨우 83년도였다.

그래서였는지 우리엄마는 외국을 돌아다니며 사는 것이 멋있지 않냐고 어린 내게 반짝거리며 말씀하셨다. 

 

엄마의 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도 엄마를 닮은 걸까

하여간 나도 대충 중학교때쯤 부터 막연하게 외국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광고 아트디렉터가 되었다. 

영어와 작업물만 갖춰진다면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으니까. 

처음 내 목표는 20년간 10개국에서 일하면서 살아보는 거였다. 

그래도 이왕 지구에 태어났는데 구석구석 다 밟아보고 죽고 싶으니까, 

대륙별로 거점도시를 정해서 일하면서 살다가 주말이나 휴가때 그 대륙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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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성 시내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에 이미 시골인 안성에서도 더 깊숙한 촌에서 자랐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전원주택에 살고 싶으셨던 아빠를 닮기도 했고 

전원주택과 시골의 자연 속에서 가장 말괄량이 시절을 보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광고를 하면서 외국에 살겠다는 꿈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하나 있다. 

'도시'여야 한다는 것. 

산업과 자본이 모이는 곳에 광고회사도 생긴다. 

그래서 광고회사는 무조건 수도이거나 대도시에 몰려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엄청 활발해지고 나니 다른 희망이 생기긴 한다.) 

 

물론 나는 도시도 좋아한다. 

수많은 편의시설, 맛집과 맛있는 커피집, 전시장과 공연장과 영화관, 다양한 취미활동 동호회 등. 

도시에 살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고, 나는 그런 면에서 베를린과 함부르크가 정말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정말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도시에 묶여 사는 것 같아서 답답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여행을 할 수 없는 시기에는 더 심해진다. 

 

코로나 락다운 직전, 가장 최근에 다녀온 외국여행 - 아일랜드 Cliff of Mo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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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광고를 그만두게 되면, 글을 쓰면서 어디서든 살고 싶다. 

나는 광고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재미있으니까 광고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목표한 걸 이루면 바로 은퇴하고 영화를 한 편이라도 찍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 나는 글을 쓰고 싶을 것 같다. 

단편소설, 수필, 시나리오 등등 

하다못해 똥글이라도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 이 블로그에 아무거나 막 휘갈겨도 재미있는 것 처럼!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쓰기는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게 엄청난 매력이니까. 

뉴질랜드의 양 목장에서든, 그리스의 올리브농장에서든, 캐나다의 눈 덮인 산장에서든, 남아공의 초원에서든

몇날며칠 가만히 앉아 풍경을 감상하며 글을 쓰면 되게 멋질 것 같다. 

이건 글쓰기에 대한 내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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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일단 나는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살아보고 싶다. 

샌프란시스코->홍콩->함부르크->베를린 다음으로 가서 살고 싶은 곳들도 이미 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뉴질랜드 오클랜드,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포틀랜드, 브라질 상파울루, 싱가포르 등등. 

엄청 바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유럽여행을 재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대한 많이 유럽을 돌아다녀보고 미련없이 다른 대륙으로 떠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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