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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성인ADHD

4. 정신건강의학과 첫 방문 2편: 종합주의력검사(CAT)와 성인 ADHD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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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ADHD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첫 상담을 25분가량 진행하고 의사선생님은 내게 ADHD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이지만, 추가적으로 '주의집중력검사(CAT)를 해보는 게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좋다고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하셨다. 나는 사실 의사선생님과의 상담과 문답지 작성만으로 병리적인 문제를 판단한다는 것이 꽤나 생소하고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검사든 얼마의 비용이 들든 기꺼이 받고 싶었다.

약 30분 정도 걸리는 검사였고 비용은 6만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는데, 검사를 도와주신 선생님께서는 꼭 집중해서 최대한 정신 바짝 차리고 하라고 거듭 당부하셨다. 그때까지도 이게 무슨 검사인지 몰랐기 때문에, '뭐 별 거 있겠나... 아이큐테스트 아니면 MBTI테스트 같은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ADHD를 진단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진행하는 검사인 듯 하다.

 

연세햇살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제공하는 주의집중력 검사 소갯말.

 

 

실제로 테스트는 정말 지루했다.
처음에는 약간 게임 같기도 하고 재미있었는데, 정말로 내 주의집중력을 한계까지 검사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반복적으로 단순한 버튼을 누르기만 하니 '과연 이걸 끝까지 제대로 집중해서 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이렇게 단순한 검사로 뭘 판단할 수 있는거지?' 등등의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부릅떠 가며 최대한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했지만, 정말 어려웠다. 그리고 30분간의 검사가 끝나고 집중력을 모두 소진한 나는 거의 탈진할 뻔 했다.

의사선생님과 상담하고, CAT검사를 진행하고, 다시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나는 이 검사가 무엇인지도 몰랐으니 결과가 어찌 나왔든 별 감흥이 없었는데, 선생님은 결과지를 보시더니 자못 심각하게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직장 다닌다고 하셨죠? 정말 많이 노력하신 게 느껴져요. 바로 약 처방을 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셔서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차올랐다. 지금 내 결과가 심각한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ADHD가 맞았던 거구나! 그럼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치료할 수 있겠지?' 라는 기대감에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다.

 

 

검사결과. 8저하 3경계. 아직도 결과에 과연 평균이라는게 있는 건지, 그렇다면 평균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의사선생님은 검사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는 않았다.
간략하게 각 항목이 어떤 부분과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지 정도만 설명해 주셨고, 사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가 일방향으로 들어야 했던 수업과 각종 세미나 등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은 청각집중력이 낮기 때문이었고, 매번 관성을 떨쳐내지 못하고 해달처럼 둥둥 누워서 흘러가며 사는 것과, 의식의 흐름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억제지속과 간섭선택 부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정도만 이해했다. 그제서야 내가 살아온 순간들을 돌이켜 보며 '그랬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조금 웃겼다.

검사 결과지를 보고서도 꽤 오랫동안 의사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약 복용 방법이나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고, 약물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적정 용량을 찾는 건데 이게 보통 2-3개월쯤 걸린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4주 정도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사실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맞는 용량을 찾아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처음에는 법적으로 18mg밖에 처방할 수 없다고 하셔서, 나는 고분고분 콘서타 18mg 5일치를 처방받게 되었다. 보통은 일정 용량의 약을 최소한 1-2주는 먹어보고 적절한지 아닌지 판단한다고 하는데, 나는 5일만에 판단해야 해서 약간의 부담감이 들었다.

약사 선생님께 혹시모를 주의사항이나 신경써야 할 부분들을 다시 한번 질문했지만, 약사선생님도 약이 저용량이라 따로 주의할 건 없을 거라고 말씀하셔서 안도감이 들면서도, 시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약에 대해서 또 폭풍검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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