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슈퍼푸드로 아침먹기'
라고 제목을 써놓고, 그래도 질 좋은 정보성 글이 되려면 10대 슈퍼푸드가 무엇인지는 적어야 할 것 같아서 기사 검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의 원문 기사는 아무리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어디서 주워듣긴 했는데.. 내가 찾은 글들은 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블로그나 작은 온라인잡지의 기사들 뿐이었다.
영어로 검색을 시작했다.
역시 원문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superfood'로 검색해봤다. 놀랍게도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슈퍼푸드를 'marketing term'이라고 써 놓았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를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 기사 검색을 시작했고, 설명이 될 만한 몇개의 기사를 찾았다. 그 중에서도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라는 곳에서 슈퍼푸드에 관한 글이 올라와 있었는데,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공유한다. (역시 나는 한국인이라서 하버드 관련 출처가 믿음이 간다ㅋㅋㅋ)
www.hsph.harvard.edu/nutritionsource/superfoods/
Superfoods or Superhype?
“Superfoods,” “power foods,” “top 10 foods”—do these titles catch your attention? For those of us seeking to improve our health, the notion of a superfood can be…
www.hsph.harvard.edu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슈퍼푸드는 결국 '잘 팔리는 이름' 일 뿐이라는 거다.
어떤 저명한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선정한 슈퍼푸드라는 것은 없고, 그저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조밀하게 들어차 있는 자연음식들을 설문조사나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목록으로 만들어 둔 것이다. 슈퍼푸드가 잘 팔리는 이름이니 잡지들에서 열심히 소개하는 거고, 블로그들은 열심히 그 글들을 요약하고 간추려서 퍼나르는 거다.
내 개인적인 결론은,
슈퍼푸드라는 것은 허상일 뿐이지만 어쨌든 가공식품보다는 자연식품이 월등히 낫고, 많은 식품들이 영양 연구를 통해서 몸에 좋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그저 몸에 좋다면 조금 더 자주 섭취하려고 시도하고, 상식적으로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은 조금 더 멀리하려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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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의 본론! '오버나이트 요거트 오트밀'을 소개할 차례.
일단 나는 빼도박도 못하게 얼마 후에 30대로 들어서고, 얼마 전부터 주변에서 점점 '건강'이 화두에 올랐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나에게 꽤 자주 당부했던 것도 아침마다 영양제를 챙겨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약'과 '약처럼 보이는 것'에 거부감이 큰 사람이기도 하고, 아침마다 뭘 챙겨먹는 것도 너무 귀찮고 매일 까먹어서 영양제를 사놓고도 일 년 넘게 딱 한번 먹어봤다.
있는 놈들이 더하다고, 나는 건강하게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아픈 곳 하나 없이 너무 건강했다. 그래서 나는 '건강한 삶'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고, 내 삶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나이가 드니 괜스레 겁이 나서 좀 건강해지고 싶은 거다. 그리고 온갖 매체에서 '건강한 삶'을 예쁘고 멋지게 포장해서 환상을 심어주니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밖에. 아무튼 그래서 나는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절대 스스로 아침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이것도 남자친구 덕분(?)이었다.얼마 전 엉덩이에 농양이 생겨 배농수술을 한 남자친구는 지금 극도로 건강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작년에 한창 운동할 때 먹던 오트밀을 추천해 줬다.
그렇게 남자친구는 오트밀을 먹기 시작했고, 이제 일주일이 되었는데 너무 좋다며 나한테 역추천을 해줬다. 남들이 '황금똥'이라고 할때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어제 '황금똥'을 경험했다면서 아주 쾌변을 했고 수술부위에도 부담이 가지 않았다며 엄청 신기해했다. 나는 원래 배변활동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나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마다 꼭 먹으라는 영양제 중에 유산균 혹은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이름은 꼭 들어가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장내 미생물이 건강과 살이 찌고 빠지는 경향에 아주 주효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비슷한 체형과 몸무게를 가진 사람들에게 같은 음식을 같은 양을 주고 같은 생활습관을 가지도록 실험을 해 본 결과 한쪽은 살이 빠지고 한쪽은 살이 쪘는데, 원인은 장내미생물의 종류와 분포에 있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그래서 장을 절제하고 미생물이 없는 사람의 대장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해서 장내미생물을 옮겨주는 '대변 이식' 도 치료과정중에 하나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만큼 장내미생물의 종류와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사람마다 취향이나 신체조건을 많이 타는 바람에 본인에게 맞는 유산균 종류를 찾으려면 이 제품 저 제품 시도해봐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유당불내증이 심하지 않은 이상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아침식사, 오버나이트 요거트 오트밀이 최고지. (남자친구도 유당불내증이 약간 있지만 이건 잘 먹는다)
보통 귀리(Oat)가 슈퍼푸드라고들 한다. 슈퍼푸드가 허상이라곤 해도, 귀리가 몸에 좋은 건 맞다.
귀리를 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은 아침에 우유에 말갛게 끓여 흰죽처럼 먹는 '오트밀 또는 귀리죽'이고 하나는 자기 전 우유를 부어 놓고 다음날 아침 부드럽게 불어있는 귀리를 먹는 '오버나이트 오트밀'이 있다. 나는 여기에 착안해서 우유대신 그릭요거트로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만들어 먹는다.
[오버나이트 요거트 오트밀 만들어 먹는 방법]
- 귀리와 그릭요거트(없으면 플레인 요거트)를 1:1 비율로 그릇에 넣고, 뻑뻑하지 않게 우유를 조금 부어 잘 섞는다. (나는 일주일치를 큰 통에 한번에 만들고, 매일 우유를 조금씩 붓고 섞어서 더 발효시킨다.)
- 냉장고에 넣고, 다음날 아침에 꿀과 집에 있는 과일 아무거나 넣고 섞어 먹는다. (나는 보통 블루베리 몇알과 견과류 반 줌을 넣어 먹는다. 블루베리를 넣는다면 섞을 때 숟가락으로 으깨서 먹는게 더 맛있다.)
- 꿀같은 정보 - 나처럼 일주일치를 한번에 만들면, 이튿날에 요거트가 꾸덕꾸덕하게 굳는다. 여기에 우유를 조금 부어 부드럽게 섞어 주면, 추가된 우유가 밤 사이 발효된다. 다음날 아침에는 마치 청국장이나 낫토처럼 한 숟가락 뜰 때마다 길다랗게 실끈같은 게 생긴다. 이걸 볼 때마다 괜히 뭔가 엄청 건강한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다.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다. 입맛 까다로운 초딩같은 남자친구도 자꾸 먹고싶어서 빨리 내일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 달콤하고, 새콤하고, 건강하면서, 계속 땡기는 맛이다. 부드러워서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물론이고, 유산균도 풍부하니 건강한 장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되어서 변비, 숙변, 치질,치루 등을 가지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침식사다. 이건 실제로 남자친구가 경험한 사실이다. 게다가 진짜 간단하다. 더 편하게 먹고 싶으면 전날 미리 꿀, 블루베리, 견과류를 넣어놓고 다음날 아침에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된다.
맞는 유산균 찾아 헤매는 사람, 변비나 숙변 있는 사람, 치질이나 치루로 화장실가기 무서운 사람, 건강하게 다이어트 하는 사람, 그리고 그냥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정말정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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