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한 3주 전에 보고 후기를 써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다가 며칠전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수상하고서야 부랴부랴 후기를 작성중이다. 주변에 추천은 많이 했었는데.
아무튼 내용 누설 없이 초반 상황만 설명하고 간략한 감상을 적는 후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주인공은 일에 지치고 회의감을 느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이건 무슨 듣도보도 못한 바다수저란 말인가. 첫번째 사진 맨 아랫쪽 집이 그의 집이다. 저런 곳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면 대체 어떤 느낌일까? 주인공이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것은 그래서였을까? 내가 꿈꾸는 이상향이 이 곳에 다 있었다. 푸른 물, 자연, 고즈넉함과 때때로 찾아오는 위대한 자연의 거친 격정.
이런 집이 있어서인지, 일과 인간관계에 지친 주인공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오는 게 너무 이해가 간다. 나 같아도, 돌아갈 곳이 저런 곳이라면 언제라도 다 때려치고 돌아가고 싶다. 내가 나고 자란 그 시골집이 여전히 우리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갈 시골집이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그 집 앞 바다는 무려 이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마치 컴퓨터 배경화면에나 나올 법 한 곳이다. 당연하게도, 지친 주인공은 어렸을 때 처럼 매일 이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매일 집 앞 바다를 드나들던 주인공은, 이런 기묘한 것을 포착한다. 저게 대체 뭘까 한참 바라보던 주인공은 마침내 어떤 움직임을 목격하는데, 그게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이다. 이후 1시간 25분간 이 다큐멘터리는 너무 아름다운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서쪽 바다의 절경을 담아내고, 아름답고 진실된 우정을 그려낸다.
평일에 학교나 회사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서 가볍고 재미있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바다와 호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스킨스쿠버나 프리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으로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다큐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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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정말 특이한 나라다. 아프리카에 있으면서도 백인의 비율이 높고, 아프리카 나라 중에서도 부유하고 많이 개발된 편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가는 모르겠지만 남아공은 늘 내 관심사 안에 있었다.
나와 남자친구는 한국에서 만나 홍콩과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함께 독일로 왔다. 둘 다 독일로 와놓고 서로 다른 도시에서 장거리 연애만 4년을 하고 몇달 전에 내가 베를린으로 이직하면서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한 도시에 있게 되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도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면서 살 계획이다. 나는 항상 남자친구에게 남아공에 가서 일하면서 살아보자고 이야기했는데, 그럴 떄마다 안전제일주의인 남자친구는 잘 모르는 채로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다며 반대했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난 후, 남자친구는 케이프타운의 매력에 홀라당 빠져서 보는 내내 감탄을 하더니, 다큐가 끝나자마자 케이프타운에서 다닐만한 회사들과 연봉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당연히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내가 뭐랬냐고 우쭐거렸다. 아직 나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가서 1-2년 일하면서 살고 싶다. 일단 코로나가 종식되고 여행이 가능해지면 남아공으로 여행을 먼저 가보고 싶다.
지도에 아프리카는 실제 크기보다 엄청나게 많이 축소되어 표시된다고 한다. 반대로 유럽은 실제보다 커다랗게 표시되고. 그 말을 듣고 도대체 얼마나 축소된 걸까 궁금해 했는데, 지도상으로 가까워 보이는 독일과 남아공이 비행기로 11시간이나 떨어져 있다는 걸 알고서야 아주 약간 실감이 났다. (우리나라와 독일도 비행기로 11시간 거리다.) 그래도 한국에서 남아공을 가려면 비행기를 연거푸 갈아타며 오래 걸려 가야 하는데, 유럽에서는 훨씬 가깝게 직항으로 갈 수 있으니까 유럽에 있는 동안 꼭 꼭 여행해보고 싶다. 남아공 출신 친구의 집을 방문하러 다녀온 친구의 말로는, (물론 지역마다 크게 다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정말로 집 앞에 원숭이와 기린이 지나다닌다고 한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고 여행이 가능해져서 남아공 여행 후기를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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