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넷플릭스 영화 아이 케어 어 랏을 봤다. (한국 제목은 퍼펙트 케어 인 듯 하다)
일단 재미는 보장한다.
찰떡처럼 쫀득하고 찰진 대사들 때문에 박장대소를 여러 번 했다.
그리고 정말 똑소리나는 영화인것 같다.
재미있는 주제들을 맛있게 버무려서 요리조리 관점의 줄타기를 시키다가
마지막엔 적당한 한 방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본 영화 3편 중에서 (미나리, 노마드랜드, 아이케어어랏 - 나머지 두 편도 후기 쓸 예정)
가장 오락성이 짙고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다.
복수는 나의 것, 범죄의 재구성 등이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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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대놓고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진행된다.
여성 대 남성이 치열하게 수 싸움을 하는데,
아무래도 축구든 영화든 뭔가를 볼 때 한 쪽을 응원해야 더 몰입이 되고 보는 재미가 나니까 나도 응원하는 쪽을 고르려고 했다.
건조하게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켜볼 영화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런데 그게 웃기다.
처음에는 여주인공이 너무 나쁜년이라서 선량한 피해자인 남주인공을 응원했다.
그러다 보니 남주인공도 만만찮은 나쁜놈이라 혼란이 왔다.
또 그러다가 여주인공이 물리적으로는 밀리는 상황인데도 악전고투하는 걸 보면서
어차피 둘 다 나쁜년놈들이라면 그래도 뭔가 여성이 허무하게 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양성은 평등해야하고 서로 고마움과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여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는 걸까?
그건 또 아니었다.
이 나쁜 연놈들 둘 다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캐릭터로서의 매력 때문에 고군분투하다가 적당히 잘 마무리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런식으로 이 영화는 관점을 줄타기한다.
그런 면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줬다.
어떻게 끝나려나, 누가 이기려나,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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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영화는 사회비판도 적당히 버무렸다.
후견인 제도의 맹점에 대해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그렇다고 없애야 한다는 건 아니고 필요한 제도이긴 하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말도 마찬가지.
적당히 예측 가능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두 주인공의 마무리와,
완벽하진 않지만 적당한 권선징악이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이 영화는 흥행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맛깔나게 잘 버무렸다.
사회비판 조금, 권선징악 조금, 페미니즘 적당히, 오락요소 팍팍,
거기다 막장드라마처럼 욕하면서 보는 재미에, 응원하면서 보는 재미에,
게다가 대사까지 아주 쫀득하고 착착 붙게 잘 썼다.
마치 타짜나 신세계처럼, 대사가 아주 찰지고 감칠맛 난다.
오랜만에 정말 부담없이 몰입해서 볼만한 재미있는 영화였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적당히 지치고 피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상태에서
너무 과몰입하거나 부담스러운 주제는 피하고 싶다면,
이 영화가 딱이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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