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는 베를린에서 일하는 친구가 세탁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우리 집에서 세탁을 하고 재택근무도 같이 하자고 불렀다.
그 친구도 나도 일이 바쁜 날이어서
나는 거실에서, 친구는 부엌에서 서로 얼굴도 잘 못 보고 점심도 각자 먹었다.
나는 일이 많아서 야근을 했기 때문에
너무 고맙게도 친구가 대신 장을 봐서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냠냠 맛있게 먹고, 수다를 떨면서 한 주를 마무리했다.
토요일엔 느즈막히 일어났다.
남자친구와 함께 토요일에만 열리는 청과시장에 가려고 느릿느릿 집에서 나왔다.
약 15분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새로운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친구에게 커피한잔 하겠냐는 연락이 와서
지금 청과시장에 가는 중이니 다들 거기로 오라고 얘기를 하고,
우리는 청과시장에 도착해서 원래 목적이었던 파스타 트럭에서 점심을 먹었다.
![](https://blog.kakaocdn.net/dn/xihgf/btq2hr4psXw/pt8HstKXFSRkYnTdXCZsEK/img.jpg)
토요일에만 열리는 청과시장이지만,
사실은 해산물도 팔고, 치즈도 팔고, 잼도 팔고, 여러가지 먹거리를 판다.
이 트럭은 그중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 트럭.
뒷편에서 반죽을 넣고 바로 파스타 생면을 뽑고,
앞쪽 맨 오른쪽의 열탕기에서 파스타 면을 삶고,
바로 왼쪽에 노란 고무대야 처럼 보이는 곳에 면을 바로 넣는다.
사실 저건 고무대야가 아니라, 무려 통짜 파르메산 치즈 덩어리!
속을 약간 파내고 거기에 갓 익힌 뜨거운 파스타를 넣으면, 면이 치즈를 녹인다.
그 위에 올리브유, 소금, 후추를 찹찹 뿌리고 잘 버무려주면
진짜 맛있는 파르메산 치즈 파스타 완성!
내가 주로 먹는 것은 방금 설명한 대로 만들어서 나오는 클래식 파스타와,
그 위에 토마토 페스토와 화분에서 매번 새로 뜯어 넣어주는 바질이 담긴 페스토 파스타.
클래식 파스타는 5유로, 페스토 파스타는 7유로다.
양은 좀 적지만, 가격도 싸고 다른 먹거리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작은 사각형 공원 둘레에 장이 서는 거라서 무엇을 사던 공원 벤치에 앉아 먹으면 된다.
점심을 먹고,
이 주변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에서 제일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했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는 독일에 와서 마시기 시작한 커피인데, 정말 맛있다.
한국에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이 커피 한잔 마시려고 여기까지 오는 경우도 많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바르샤우어 스트라세 쪽으로 이동해서 친구와 접선.
이스트사이드갤러리 근처 슈프레 강가 잔디밭에서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https://blog.kakaocdn.net/dn/b1ATjr/btq2kCjmMgd/qGKdHsWw2CtYBgW5wGdrmK/img.jpg)
![](https://blog.kakaocdn.net/dn/bfuIo1/btq2iUR7siQ/BgeF9lz4hehWBdCGOHicjK/img.jpg)
날이 흐렸는데도 그리 춥지 않아서 참 좋았다.
그래도 독일은 코로나 때문에 실내는 아무데도 못 들어가기 때문에,
저녁까지 수다를 떨다 보니 약간 춥기도 하고
맥주를 마셨더니 다들 화장실이 급해서 우리집으로 급 초대.
집에 가는 길에 필요한 재료를 사서
집에서 치킨을 튀겼다.
독일에서 직접 튀긴 치킨과 맥주 + 좋아하는 친구들 조합은 참 꿀이다.
맛있게 치킨을 먹고 거실로 이동해서 다같이 소파에 앉았다.
프로젝터로 뮤직비디오를 틀어 놓고 또한번 수다 삼매경.
결국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파하고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바람직한 토요일이었다.
독일은 일요일엔 아무 것도 열지 않는다.
몇몇 식당을 빼고는 슈퍼를 포함해서 아무데도 열지 않고 다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쉰다.
처음에는 독일의 생활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한 주를 보내고 불금까지 보내고 나면, 보통은 토요일엔 뻗어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되고,
일요일에서야 뭔가 다시 놀아제낄 기운이 나는데,
일요일에는 아무것도 열지 않는데다가 일요일에 놀아제끼고 나면 다가올 월요일이 좀 힘들고,
장도 못 봐서 집에 식량난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토요일에 최대한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힘들어도 일어나서 장을 봐야 하고, 친구와도 만나야 하고,
볼일이 있으면 보고 놀러갈 때에도 토요일에 가야 한다. 일요일은 닫으니까.
그래서 꽉 찬 토요일을 보내고 나서
일요일인 오늘은 정말 행복하고 여유로웠다.
실컷 자고 늦게 일어났더니 날씨는 어제완 달리 청명했다.
이런 맑은 날씨는 미친 독일의 4월에는 흔지 않아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
금요일 토요일을 꽉 차게 보내서 오늘 할 일이 딱히 없는 것도 너무 좋았다.
어제 먹고 남은 치킨으로 치킨샐러드를 만들어서 아점으로 먹고,
날씨가 좋아 화분들을 모두 발코니로 옮겨서 햇빛과 바람을 쐬어주고,
어제 우리집에서 흥청망청 논 뒷정리를 했다.
쓰레기도 치우고, 맥주병도 모아놓고, 먹은 그릇은 식기세척기에 넣어 돌리고.
한 주 동안 입은 옷들도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햇빛을 쳐다보며 소파에 앉아 멍때리며 쉬다가,
식기세척기 그릇들을 빼서 정리하고
세탁한 빨랫감을 건조대에 널어서 테라스에 밀어 놓고
보르도, 발렌시아, 토트넘의 경기를 차례대로 보고
또 한번 쉬다가 저녁으로 고추장삼겹살을 만들어서 먹었다.
햇살도, 바람도, 휴식도, 음식도
충만하게 채웠다.
하루종일 행복했다.
코로나 때문에 정열적인 주말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지킬 건 지켜 가며 즐겁고 행복한 주말을 보냈다.
다음 주도 잘 해낼 것 같다.
다음 주도 행복할 것 같다.
'일기 >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후기) 퍼펙트 케어 (I CARE A LOT) = 페미니즘+사회비판+권선징악 (0) | 2021.04.14 |
---|---|
영화 후기 - 델마와 루이스 (0) | 2021.04.13 |
108배 일주일 후기 - 8일차 (0) | 2021.04.08 |
코로나 시대 나의 불금 (0) | 2021.03.27 |
똥글 (0) | 2021.03.26 |